[해외입양과 돈]⑨ 의문의 '네덜란드 재단'으로 간 입양 기부금

2024년 02월 02일 15시 58분

한국은 자국 아이를 해외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입양 보낸 국가다. 70년간 20만 명의 어린이가 고아나 버려진 아이 신분으로 다른 나라로 보내졌다. 서류 조작 등 각종 불법과 인권침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입양이 거대한 이권 사업이었다는 의혹도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해외입양 피해자와 수익자, 책임자를 찾고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해외입양과 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한국 아동 입양 대가로 덴마크에서 한국의 해외입양 알선 기관 ‘한국사회봉사회’로 가야 할 돈이 의문의 ‘네덜란드 재단’으로 반복 이체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한국사회봉사회의 요청으로 이뤄진 일이었다. 당시 한국사회봉사회 대표를 맡고 있던 설립자 백근칠 씨는 이 네덜란드 재단 서울 사무소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었다. 
입양 수익, 즉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돼야 하는 돈이 제 3국에 설립된 다른 기관으로 이체된 이유는 불분명하다. 확인되는 것은 이러한 이체가 한국사회봉사회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당시 한국사회봉사회의 설립자가 이 재단과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입양 사업 수익이 한국사회봉사회 법인 운영 및 사회복지 사업 이외 목적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사회봉사회는 해당 재단이 “한국사회봉사회의 사회복지 사업과 무관한 재단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한국사회봉사회<->덴마크 기관 서신서 발견된 수상한 재단과 이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입수한 한국사회봉사회와 덴마크 협약 기관 ‘입양 센터(Adoption Center)’간 서신 및 덴마크 ‘입양 센터’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덴마크 ‘입양 센터’는 반복적으로 한국사회봉사회에 이체할 돈을 한국사회봉사회가 아닌 한 네덜란드 재단에 이체했다. 
이 네덜란드 재단의 이름은 네덜란드어로 ‘STICHTING STEUN EEN KIND IN KOREA(약자 SKK)’이다. 영어로는 ‘Netherlands Korea Children Foundation’, 한국어로는 '한화 재단' 혹은 '한화 아동 재단’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이 재단은 196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 설립된 한국 아동을 돕기 위한 재단이었다. 사무실은 네덜란드 헤렌벤(Heerenveen)에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언뜻 보면 한국사회봉사회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재단은 덴마크 ‘입양 센터’가 한국사회봉사회와 주고받은 서신에 여러 번 등장했다. 주로 ‘입양 센터’의 자금 이체 관련 서신에서다. 자금 이체는 일반적으로 한국 아동 입양에 대한 대가, 즉 입양 수수료 이체 혹은 기부금 이체 등 목적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1976년 3월 9일 덴마크 ‘입양 센터’가 한국사회봉사회에 보낸 서신을 보면 “8,000달러는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했고 2,000달러는 SKK로 이체했다”고 적혀있다. 이 문서에는 계좌번호가 함께 적혀있는데, 한국사회봉사회는 01로 시작하는 반면 SKK의 계좌번호는 3901로 시작했다. 이 돈이 어떤 목적의 돈인지는 서신에 구체적으로 적혀있지는 않다. 2,000달러는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로 약 100만 원이다. 
1976년 3월 9일자 덴마크 ‘입양 센터’가 한국사회봉사회 백근칠 대표에게 보낸 서신. 2000달러가 SKK로 이체됐다고 적혀있다.
이런 식의 이체는 반복됐다. 1976년 7월 19일 덴마크 ‘입양 센터’는 한국사회봉사회에 “(사전에 합의된 대로) 15,000달러를 ‘네덜란드 한국 재단’에 보내겠다(will one of the next few days arrange for the transfer of US 15,000 via Netherland Korean Foundation as agreed upon)”고 편지를 썼다. 15,000달러는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로 약 726만 원이었다. 

‘한화(韓國-和蘭)아동재단’의 서울 사무소 대표가 한국사회봉사회 설립자

취재진은 이 자금 이체에 관여된 한화아동재단이 한국사회봉사회 설립자와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한국사회봉사회의 대표이자 설립자는 고 백근칠 씨다. 그런데 백근칠 씨는 한국사회봉사회를 운영하던 시기인 1970년대 중반, 이 네덜란드 재단의 ‘서울 사무소’를 한국에 세웠다. 백근칠 씨가 외국민간 원조 단체로 ‘한화아동재단 한국사무소(Netherland Korea Children Foundation)’를 등록한 사실이 1975년 관보, ‘보건사회부 공고 제 63호’에 게재됐다. 외원단체란 본부를 외국에 두고, 그 본부의 지원으로 국내에서 사회복지 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1975년 관보.
취재진이 입수한 한국사회봉사회와 덴마크 ‘입양 센터’간 서신에서도 백근칠 씨가 이 네덜란드 재단 서울 사무소의 대표로 등장한다. 1970년대 작성된 서신에는 백근칠 씨가 한화아동재단의 디렉터로 기재돼 있다. 
덴마크 ‘입양 센터’에서 한국사회봉사회 백근칠 설립자에게 쓴 서신 앞머리.

덴마크 기관의 불만 혹은 의문

덴마크 ‘입양 센터’는 이 같은 이체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77년 1월 덴마크 ‘입양 센터’와 한국사회봉사회 회의 후 ‘입양 센터’에서 작성된 내부 메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입양 센터’의 대표는 백근칠 대표에게 매달 보내는 2000달러 이체를 지금처럼 네덜란드의 SKK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하는 가능성을 물었다. 
그러나 백근칠 대표는 “한화아동재단이 서울에 자체 사무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네덜란드를 통한 이체가 모두에게 편리하다”고 답했다. 그려먼서 “한국사회봉사회의 모두는 돈이 네덜란드의 SKK가 아니라 덴마크의 AC(입양 센터)에서 온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근칠 씨가 네덜란드 본부와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가 서신을 통해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신들을 종합하면 덴마크에서 출발한 자금은 한화아동재단(네덜란드 계좌)을 거쳐, 한화아동재단 서울 사무소 및 한국사회봉사회에 이르는 방식으로 이체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분할 이체 

그런데 덴마크 ‘입양 센터’의 질문처럼, 한국사회봉사회로 바로 이체해도 되는 자금이 왜 굳이 다른 재단을 통하는 방식으로 이체됐는지는 의문이다. 명백하게 한국사회봉사회를 위한 기부도 한화아동재단으로 일단 이체됐다. 
1976년 7월 덴마크 ‘입양 센터’는 한국사회봉사회에 “신축 병동 건설을 위한 기부 15,000달러를 합의한 대로 네덜란드로 이체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어 1976년 8월 백근칠 대표는 덴마크 ‘입양 센터’에 “신축 병동을 위한 두번째 기부는 한화아동재단이 아니라 서울 체이스맨하탄 은행의 한국사회봉사회 계좌로 바로 송금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사회봉사회와 ‘입양 센터’는 주기적으로 이체 방식을 두고 상의했다. 덴마크 ‘입양 센터’는 1977년 백근칠 대표에게 “10,000달러 기부를 한국사회봉사회 계좌로 직접 받을지”를 물었다. 또 “월별 기부금은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돼야 하는지, 아니면 1년 치를 한 번에 이체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1978년에는 병원 운영비 목적으로 덴마크 ‘입양 기관’이 한화아동재단에 돈을 보냈다. 
 1978년 1월 2일자 은행 송금 내역서. 덴마크 ‘입양 센터’가 한국의 병원 운영비 목적의 돈을 네덜란드 은행 ‘STICHING STEUN EEN KIND IN KOREA’의 계좌로 보낸 것으로 되어있다. 
건별 입양비 일부도 한화아동재단을 통해 이체됐다. 1978년 1월 백근칠 대표가 서명한 한 입양비 영수증에 따르면, 입양 35건에 대한 ‘한국사회봉사회 수수료’가 건별 600달러로 책정되어있는 한편, 동일한 35건에 대한 ‘SKK-이체’가 건별 80달러로 책정되어 있었다. 같은 해 8월 덴마크 ‘입양 센터’는 백근칠 대표에게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될 아이 1명당 입양비는 780달러, 네덜란드를 통해 이체될 수수료는 아이 1명당 120달러가 될 것”이라는 서신을 썼다. 
상당한 금액이 한화아동재단으로 이체되기도 했다. 1979년 덴마크 ‘입양 센터’가 작성한 내부 수기 메모를 보면 한국사회봉사회 기부 45,000달러가 네덜란드 SKK로 이체된 흔적이 나온다. 이중 15,000달러에는 ‘Paik’이 적혀있어, 백근칠 대표가 직접 기부금을 수령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 한국사회봉사회가 추진했던 청소년 수련시설 새싹동산 청려수련원을 위한 기부 100,000달러 역시 ‘SKK-네덜란드’로 이체된 흔적이 남아있다. 100,000달러는 당시 환율(484원)을 적용하면 한화로 약 4800만 원이었다. 
덴마크 '입양 센터'의 내부 문서 3000쪽 가운데 발견된 한 문서. KSS(한국사회봉사회), 60,000달러가 적혀있다. 위에서부터 15,000는 Paik, 나머지 45,000달러는 SKK Holland가 적혀있다. 아래 단락 Greenhill(청려수련원)에는 45,000달러, 45,000달러, 10,000달러 오른 편에 SKK Holland가 적혀있다.

기부금이라는 편법의 종착지 

앞서 뉴스타파는 입양 기관들이 입양 수수료를 여러 항목으로 쪼개서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쪼개진 수수료는 ‘기부금’으로 둔갑했다. ([해외입양과 돈]⑥기부금의 비밀⋯ 사실상 아이 송출 대가였다). 입양 수수료를 실제보다 적어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쪼개진 돈이 한국사회봉사회의 경우, 한화아동재단이라는 다른 기관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덴마크, 90년대 들어 네덜란드 재단 이체 중단 

이러한 덴마크의 ‘분할 이체’는 199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다가 중단됐다. 1992년 3월, ‘입양 센터’에서 작성된 영수증에는 ‘의료 기부’ 7,000달러가 NKCF(한화아동재단)로 이체됐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같은 해 6월 NKCF(한화아동재단)로 이체된 5,00달러의 의료기부 영수증도 있다. 그러다가 같은 해 8월, 덴마크 ‘입양 센터’는 한국사회봉사회에 서신을 써 “이전에 한화아동재단(NKCF)의 특별 계좌로 이체됐던 기부금은 이제 한국사회봉사회의 계좌로 이체된다”고 언급했다. 

한국사회봉사회 “한화아동재단 통해 사회복지사업 추진”

취재진은 한국사회봉사회에 질의서를 보내 ▲한화아동재단 한국사무소가 어떤 목적의 기관이었는지, ▲한국사회봉사회와 협약 관계에 있던 덴마크의 입양 기관이 한국사회봉사회에 전달할 기부금을 왜 제3의 단체에 보냈는지, ▲덴마크 입양 기관이 한화아동재단 및 동 재단 서울 사무소에 전달한 자금이 전부 한국사회봉사회로 이체됐는지, ▲한국사회봉사회가 한화아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금 내역을 공개해줄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한화아동재단 한국사무소의 수행사업 중에는 고아, 극빈가정아동과 혼혈아동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사업, 장학사업, 의료부조사업 등이 있고 이러한 사업의 추진은 그 당시 보건사회부의 관리감독 하에 있었다”며 “본 회는 한화아동재단 한국사무소의 지원대상기관이었고, 이러한 외원단체의 지원을 통해 본 회는 아동 무료진료소인 한화의원의 운영 등 사회복지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뉴스타파의) 언론의 자유를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본 회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언론권 행사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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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취재강혜인 이명주 변지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