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변상욱 칼럼_MB 탈당 의미없다

2012년 01월 26일 15시 00분

현직대통령이 소속당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국정 운영에서 실패했을 때 책임을 지는 방식 중에서 상당히 무거운 겁니다. 사실은 탈당 위로 있는 것은 탄핵 아니면 퇴직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아 그런데 대통령이 탈당할 때마다 전국이 소용돌이 치던 과거와는 달리 왜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문제가 등장하자 국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한 번 따져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잘못한 국정실패. 그리고 국정의 난맥상. 이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대통령이 당을 떠난다고 해서 묻어둘 수 있는 게 아니고 그걸로 퉁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라고 하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상당히 번져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탈당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 다음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당을 떠나고 한나라당이 책임을 감면받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책임을 공동으로 같이 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처럼 보입니다. 또 한 가지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유 중에 하나가 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대통령이 나가야 된다, 말아야 된다, 논란이 빚어지겠지만 박근혜 빕상대책위원장이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하고는 늘 대립각을 세워왔던 인물이 당을 장악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에 남아있건 탈당이 되건 간에 더 이상 한나라당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역시 관심이 줄어든 겁니다.

또 하나는 야당들입니다. 국민들이 관심이 없어도 야당이 대통령의 탈당을 자꾸 부르짖으면 뭔가 이슈가 될 텐데. 사실은 야당도 대통령이 그대로 한나라당에 머물면서 선거전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의 실정이 핵심 이슈가 되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당을 떠나면 야당들은 상당히 머쓱하고 심심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그렇게 못합니다만은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그냥 있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야당들의 속내일 수도 있습니다.

프레임을 좀 바꿔봤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책임을 질 건가, 이 문제가 아니라 만약에 집권여당과 정부가 국정을 잘못 이끌었다면 무엇을 책임질 건가, 이걸 따져야 됩니다. 과연 지금 정부에게, 지금 한나라당에게 이걸로 책임을 져라.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건 뭘까요?

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4대강 사업처럼 잘못된 사업들의 실상이 뭔지 소상히 밝혀라. 그리고 그 책임소재를 추궁하라. 이런 것도 요구할 수 있고. 또는 엄청난 액수의 새로운 무기구입 자금 같은 경우 그건 다음 정권에게 넘기고 취소시켜라, 이렇게 요구할 수도 있고. 한나라당이 책임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 내야지. 누구한테 덮어씌워서 이 국면을 모면시킬 거냐. 이걸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사실은 나라를 위한, 국민을 위한 방법은 아닙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다른 대통령에 비해서 상당히 좀 악성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어, 설 연휴 기간 동안에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대통령이 손녀를 데리고 과자를 사주는데 손녀가 입은 패딩점퍼의 브랜드까지 문제가 되고 대통령이 손녀에게 누를 끼친 결과를 낳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설명하기가 쉽진 않습니다만은 지금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할 때 그저 정치 책임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1%의 부자, 수구세력을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국민들이 단순한 정책에 대한 비판,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하나의 계급으로 똘똘 뭉쳐가면서 99%의 나름대로 민생고를 계급적 차원에서 1%의 대표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질책을 가하면서 책임을 묻고 있는 행동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라고 하는 것은 그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르게 상당히 악성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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